화법과 작문은 왜 다 읽고도 틀릴까기출 1,720문항이 가리키는 한 자리

국어연구소


화법과 작문은 국어에서 가장 만만하게 불리는 영역이다. 지문이 짧고, 대화나 학생 글이라 읽기 어렵지 않고, 문제도 지문 안에서 확인하면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실점은 꾸준히 나온다. 그리고 학생들이 그 실점을 설명하는 말은 대체로 같다 — “다 읽었는데 틀렸어요.”

이 말은 진단이 아니라 증상이다. 그래서 문항 쪽을 세어 보았다.

먼저 이 글이 무엇을 재지 않았는지 밝힌다. 제목의 「왜」는 학생의 오답 행동을 추적한 원인 분석이 아니다. 저희가 잰 것은 문항에 어떤 오답 구조가 배치되어 있는가이고, 학생이 실제로 어느 단계에서 판단을 멈추는지는 이 자료로 알 수 없다.

한눈에: 코그닉스랩이 평가원(6월·9월 모평·수능) 37회차와 교육청 학력평가 132회차에서 확보한 화법과 작문 1,720문항을 집계한 결과, 지문에서 확인만 하면 되는 정보확인 유형이 44.3%로 국어 네 영역 중 가장 높았다. 그런데 조건을 빠뜨려 틀리는 조건누락 함정이 16.3%로 독서(5.7%)의 2.9배였다. 이 함정은 영역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고 뒤쪽 문항에 몰려 있었다 — 전반부(1~5번) 8.5%, 후반부(6~11번) 23.9% — 2.8배 차이다. 반대로 독서에서 가장 흔한 인과역전은 화작에서 2.7%에 그쳤다.

화작은 정말로 “지문에 다 있는” 영역이다

먼저 만만하다는 인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부터 확인한다. 네 영역을 같은 코딩 체계로 집계하면 이렇게 나온다.

표에 붙은 단서 하나를 먼저 밝힌다. 아래는 주요 유형만 추린 것이라 세로 합이 100%가 되지 않는다. 유형은 문항당 문자열 하나로 부여했는데, 일부 문항은 그 문자열에 두 유형이 쉼표로 함께 적혀 있어(예: 「적용,정보확인」) 별도 범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그런 문항이 화작 1.0%·독서 0.7%·문학 2.6%인 데 비해 언매만 9.5%로 많아, 언매의 결손이 12.9%p까지 벌어진다.

사고 유형화작(1,720)독서(2,893)문학(2,682)언매(854)
정보확인44.3%33.0%31.9%18.9%
정보결합22.1%14.0%16.7%8.4%
비판적평가12.7%4.0%10.6%4.4%
적용11.8%23.8%17.8%48.4%
추론6.3%11.8%11.0%2.8%
어휘·맥락1.2%11.3%8.1%4.2%
위 6개 합98.4%97.9%96.1%87.1%

화작은 정보확인이 44.3%로 가장 높고, 추론은 6.3%로 독서의 절반이다. 어휘·맥락은 1.2%로 사실상 없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화작이 네 영역 가운데 명시된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문항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까지다.

그러니 “다 읽었는데 틀렸다”는 말은 근거 없는 하소연이 아니다. 적어도 다른 영역보다 지문에서 곧장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의 비중이 높다. 그런데도 실점이 나온다면, 볼 곳은 문항의 다른 쪽이다.

그런데 조건을 빠뜨려 틀리는 비율이 독서의 3배다

같은 문항들의 오답 함정을 세면 그림이 바뀐다.

함정 유형화작독서문학언매
맥락이탈28.5%16.4%48.3%10.1%
조건누락16.3%5.7%2.9%11.6%
부분긍정→전체긍정10.7%7.6%12.5%3.2%
유사어혼동6.0%12.5%5.1%9.0%
인과역전2.7%13.2%6.9%0.7%

가장 흔한 것은 맥락이탈(28.5%)이지만, 이건 문학에서 48.3%로 더 흔하니 화작의 특징이라 하기 어렵다. 화작을 다른 영역과 구별해 주는 함정은 조건누락이다. 화작 16.3%(281건)에 독서 5.7%, 문학 2.9%다.

조건누락은 이런 모양이다. 발문이 “비유적 표현을 활용하여 실천을 촉구할 것”이라고 요구하면 충족해야 할 항목이 이다. 오답 선지는 대개 하나만 채워서 배치된다. 비유는 있는데 촉구가 없거나, 촉구는 하는데 비유가 없다.

이런 오답은 조건 하나만 확인하고 판단을 끝내면 걸리도록 설계돼 있다. 지문을 이해했는지와 별개로, 요구 항목을 끝까지 대조했는지가 정답을 가른다.

다만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지는 않겠다. 이 집계는 실제 학생의 풀이 과정을 추적한 것이 아니므로, 학생들이 정말로 조건 하나에서 검사를 멈추는지는 이 자료가 답할 수 없다. 그건 오답 선택 기록이나 풀이 과정을 따로 재야 알 수 있는 것이고, 별도 연구가 필요하다.

이 함정은 6번부터 갑자기 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함정이 영역 전체에 퍼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항 번호별로 조건누락 비율을 세면 경계가 눈에 보인다.

번호1234567891011
조건누락5.9%13.6%4.2%8.3%10.7%23.1%26.8%25.6%11.9%31.5%25.7%

앞 다섯 문항은 모두 14% 아래인데 6번부터 23%를 넘는다. 이 선으로 나누어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나누는 기준은 문항 번호다. 저희 자료에는 각 문항이 화법인지 작문인지가 기록돼 있지 않아, 실제로 코딩한 것이 아니라 번호로 그은 선이다. 화작 앞부분에 화법, 뒷부분에 작문이 배치되는 통상적인 관행을 고려하면 편의상 「화법 구간」·「작문 구간」이라 부를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데이터가 말하는 그대로 전반부·후반부로 적는다.

전반부 1~5번(844문항)후반부 6~11번(876문항)
정보확인58.9%30.3%
조건누락8.5%23.9%
맥락이탈33.1%24.1%
비판적평가10.4%15.0%

같은 과목인데 앞뒤로 틀리는 방식이 반대다.

전반부는 정보확인이 58.9%로 압도적이고, 함정은 맥락이탈(33.1%)이다. 지문에 그 말이 분명히 있는데 말한 사람이나 말한 자리가 다른 경우다. 그러니 전반부에서 필요한 동작은 선지의 서술어를 지문의 어느 발화에 붙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후반부는 정보확인이 30.3%로 떨어지고 조건누락이 23.9%로 올라간다. 여기서 필요한 동작은 찾기가 아니라 세기다.

한 가지 예외는 밝혀 둔다. 9번만 11.9%로 뒤쪽에 있으면서 앞쪽과 비슷하다. 세부 갈래 정보가 없어 원인은 확인하지 못했다. 회차마다 문항 배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이 구분이 근사라는 표시로 남겨 둔다.

독서와 화작은 자주 나오는 함정이 다르다

표에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더 있다. 인과역전이다.

독서에서 13.2%(382건)로 흔한 이 함정이 화작에서는 2.7%(46건)에 그친다. 원인과 결과를 뒤집은 선지가 화작에는 훨씬 드물게 배치된다는 뜻이다. 어휘·맥락 유형도 독서 11.3%인 데 비해 화작은 1.2%다.

반대 방향도 있다. 화작에서 12.7%를 차지하는 비판적평가는 독서에서 4.0%뿐이다. 화작 10번의 비판적평가 비중은 특히 높은데, 이 자리에 초고를 고쳐 쓰거나 자료 활용을 평가하는 문항이 자주 놓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두 영역에 자주 놓이는 함정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영역에서 요구되는 점검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건 문항의 성질을 잰 것이지 학생의 성적 변화를 추적한 연구가 아니므로, “독서 공부가 화작에 도움이 안 된다”까지 단정할 근거는 아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집계에서 곧장 나오는 처방은 두 가지이고, 구간마다 다르다.

후반부에서는 세어라. 선지를 보기 전에 발문과 〈조건〉의 요구 항목이 몇 개인지 세어 여백에 숫자로 적는다. 둘이면 2, 셋이면 3. 그리고 선지마다 몇 개를 충족했는지 표시한다. 조건누락은 조건을 못 읽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하나를 확인하고 멈춰서 생긴다. 개수를 먼저 적어 두면 멈추는 지점이 뒤로 밀린다.

전반부에서는 이어라. 선지의 서술어(확인한다·요약한다·제안한다·재진술한다)를 지문의 어느 발화가 뒷받침하는지 화살표로 잇는다. 전반부의 주된 함정이 맥락이탈이라는 것은, 표현이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디서 말했느냐에서 갈린다는 뜻이다.

두 처방 모두 함정 분포에서 도출한 것이지 학습 효과를 검증한 실험 결과는 아니다. 다만 “다 읽었는데 틀렸다”는 말에 대해, 이 자료는 적어도 화작에 단순 정보 확인과는 다른 종류의 오답 구조가 상당한 비중으로 놓여 있다는 것까지는 보여준다.


이 집계에 대하여

  • 표본: 평가원 6월·9월 모의평가와 수능 37회차(2014~2026학년도), 시·도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132회차(2015~2025년 시행)의 화법과 작문 문항 1,720개. 평가원 385문항, 교육청 1,335문항. 평가원이 37회차인 것은 2014·2017학년도에 저희 자료가 2회차씩만 있기 때문이다(2×2 + 11×3 = 37).
  • 코딩 단위: 사고 유형과 함정 유형은 문항당 문자열 하나로 부여했다. 일부 문항은 그 문자열에 두 유형이 쉼표로 함께 적혀 있어 별도 범주로 집계되며(화작 사고유형 1.0%·함정 0.8%), 그래서 표의 세로 합이 100%가 되지 않는다. 본문 표는 주요 유형만 보인 것이다.
  • 구간 구분은 문항 번호 기반이다. 자료에 화법/작문 갈래가 기록돼 있지 않아 실제로 코딩한 것이 아니다.
  • 두 출처를 따로 계산해도 방향은 같았다. 조건누락이 평가원 19.0%·교육청 15.6%였고, 후반부가 전반부보다 높은 것도 양쪽에서 같았다(평가원 25.0% 대 12.4%).
  • 집계 중 발견한 것: 화작 파일 하나(2025년 10월 고1)에 다른 영역 문항 5개가 섞여 있어 제외했다. 1,725문항에서 1,720문항이 된 경위다.
  • 사고 유형·함정 유형은 평가원이 공표한 분류가 아니라 코그닉스랩의 자체 코딩 체계다.
  • 연도별 추이는 내지 않았다. 2022학년도부터 화법과 작문이 선택 과목이 되어 고3 시험에서 35~45번으로 옮겨졌고 고1·고2는 공통 과목으로 앞 번호에 남아, 시기마다 표본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코그닉스랩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화법과 작문은 왜 다 읽고도 틀릴까 — 기출 1,720문항이 가리키는 한 자리 — 코그닉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