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 문학에서 학생들의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자리는 (가)(나)(다)로 묶인 복합 지문이다. 지문이 둘 이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압박을 만든다. 학생은 세트 전체를 “두 지문을 대조하는 문제 묶음”으로 받아들이고, 문항마다 (가)와 (나)를 오가며 확인한다. 그런데 평가원의 실제 출제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한눈에: 코그닉스랩이 2014~2026학년도 평가원(6월·9월 모평, 수능) 국어 기출 문학 617문항을 집계한 결과, 정답 근거에 지문 표기가 걸린 307문항 중 실제로 두 개 이상의 지문을 봐야 하는 문항은 123개(40.1%)였다. 약 60%는 한 지문 안에서 근거가 끝난다. 그리고 그 판별 신호는 〈보기〉의 유무가 아니라 발문이 요구하는 사고 유형이었다 — ‘정보결합’ 유형은 78.7%가 복수 지문을 요구한 반면, ‘정보확인’은 12.7%에 그쳤다.
묶여 있다는 것과 대조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복합 지문 세트는 보통 4~6문항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는 (가)와 (나)의 공통점을 묻는 문항도 있지만, (나)의 특정 연을 해석하는 문항, (가)의 한 구절이 문맥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묻는 문항도 함께 들어간다. 앞의 것은 두 지문을 오가야 풀리고, 뒤의 것은 해당 지문 하나만 정확히 읽으면 끝난다.
문제는 학생이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트의 첫 문항이 대조형이면 그 감각이 뒤 문항까지 이어져, 근거가 (나) 안에 다 있는 문항에서도 (가)를 다시 들춘다. 복합 지문 세트가 실제 난도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지문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왕복을 한 번씩 더 하기 때문이다.
코그닉스랩 국어연구소는 이 체감을 수치로 확인해 보았다. 2014~2026학년도 평가원 국어 기출(6월·9월 모평, 수능 총 38회차)의 문학 문항 617개를 대상으로, 각 문항의 정답 근거가 어느 지문에 있는지를 코딩한 데이터를 집계했다. 이 가운데 근거 위치에 (가)·(나)·(다) 같은 지문 표기가 실제로 언급된 문항은 307개였다.
결과는 이렇다.
| 구분 | 문항 수 | 비율 |
|---|---|---|
| 정답 근거가 두 개 이상의 지문에 걸친 문항 | 123 | 40.1% |
| 정답 근거가 한 지문 안에서 끝나는 문항 | 184 | 59.9% |
| 합계(정답 근거에 지문 표기가 언급된 문항) | 307 | 100% |
10개 중 4개. 바꿔 말하면 분석 대상이 된 복합 문항 10개 중 약 6개는 세트로 묶여 있어도 정답 근거가 한 지문 안에서 완결됐다.
핵심 개념
- 복합 지문(세트형) — (가)(나)(다)처럼 둘 이상의 작품·글이 한 세트로 제시되는 구성. 같은 갈래끼리(현대시 2편) 묶이기도 하고, 갈래가 다른 작품(시+수필, 고전시가+수필)이나 작품+비평문이 묶이기도 한다.
- 정답 근거 위치 — 그 문항의 정답을 확정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지문의 지점. 이 글의 집계 단위다.
- 대조형 문항 — 둘 이상의 지문을 함께 놓아야 판단이 서는 문항. 공통점·차이점·관계를 묻는 발문이 여기에 해당한다.
- 단일 근거 문항 — 세트에 묶여 있지만 한 지문 안에서 근거가 완결되는 문항. 이 글의 집계에서 약 60%를 차지한다.
판별 신호는 〈보기〉가 아니라 발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문항이 대조형인지 무엇으로 알아보는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신호는 〈보기〉의 유무다. 〈보기〉가 붙어 있으면 “이건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라고 판단하고 세트 전체를 다시 훑는다.
데이터는 이 직관을 지지하지 않았다.
| 구분 | 문항 수 | 복수 지문 참조 | 비율 |
|---|---|---|---|
| 〈보기〉가 함께 언급된 문항 | 68 | 26 | 38.2% |
| 〈보기〉가 없는 문항 | 239 | 97 | 40.6% |
차이가 없다. 〈보기〉가 붙은 문항이 오히려 근소하게 낮았다. 〈보기〉는 해석의 방향(작가의 세계관, 시대 배경, 창작 기법)을 지정하는 장치이지, 지문을 몇 개 봐야 하는지를 정하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기〉를 적용해 (나) 한 편만 해석하는 문항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신호가 되는 것은 발문이 요구하는 사고의 종류였다. 코그닉스랩이 문항마다 부여한 사고유형별로 복수 지문 참조율을 보면 격차가 뚜렷하다.
| 사고유형 | 문항 수 | 복수 지문 참조 | 비율 |
|---|---|---|---|
| 정보결합 | 75 | 59 | 78.7% |
| 적용 | 70 | 34 | 48.6% |
| 비판적 평가 | 31 | 9 | 29.0% |
| 추론 | 37 | 5 | 13.5% |
| 정보확인 | 71 | 9 | 12.7% |
정보결합(둘 이상의 정보를 맞물려 판단하는 유형)은 78.7%가 복수 지문을 근거로 삼았다. 반대편의 정보확인은 12.7% — 여섯 배 차이다. 추론 역시 13.5%로 낮은데, 추론은 대개 한 지문 안의 앞뒤 문맥을 따라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 공통점·차이점·관계를 묻는가 → 대조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정보결합).
- 특정 구절·장면의 내용이 맞는지 묻는가 → 해당 지문 하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정보확인).
- 앞뒤 문맥으로 의미를 짚는가 → 그 지문 안에서 끝난다(추론).
- 〈보기〉가 있는가 → 이것만으로는 판별하기 어렵다. 〈보기〉가 보인다는 이유로 대조형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적용’(48.6%)은 중간 지대다. 〈보기〉의 관점을 세트 전체에 적용하라는 문항과 한 작품에만 적용하라는 문항이 섞여 있어서, 이 유형만은 발문을 끝까지 읽어 대상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실제 세트에서는 어떻게 갈리나
2023학년도 6월 모평의 (가)(나)(다) 세트를 예로 보면 구조가 분명해진다. 이 세트에서 정답 근거가 두 지문 이상에 걸린 문항은 22번·25번이었고, 23번·24번·26번·27번은 한 지문 안에서 근거가 끝났다. 여섯 문항 중 둘이다.
- 22번(정보결합) — 근거가 (가)·(나)·(다) 세 지문에 걸침
- 25번(정보결합) — (가)의 특정 구절과 (나)의 한 문단을 맞물려 판단
- 23번(정보확인) — (가)의 〈제2수〉 초장·중장 안에서 완결
- 24번(추론) — (나)의 밑줄 구절과 그 앞뒤 문맥
- 26번(추론) — (다)의 1~2문단
- 27번(적용) — (가)의 〈제4수〉와 〈보기〉의 해당 설명
주목할 것은 27번이다. 〈보기〉가 붙어 있지만 대조형이 아니다. 〈보기〉가 (가)에 대해 말하고 있으므로 판단은 (가) 안에서 끝난다. 〈보기〉를 신호로 삼는 습관이 정확히 이런 문항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대조형 문항에서 실제로 조심해야 하는 것
대조가 필요하다고 판정한 문항에서는 선지를 읽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복합 지문의 선지는 대개 “(가)와 (나) 모두 …한다”, “(가)와 달리 (나)는 …한다” 같은 형태로 범위를 명시한다. 함정은 그 범위에서 만들어진다.
한 지문에서만 참인 서술을 두 지문 전체로 넓히면, 선지의 절반이 실제로 참이기 때문에 읽는 순간 그럴듯하다. (가)를 확인하고 “맞네” 하고 넘어가면 (나)에서 어긋난다는 사실을 놓친다. 반대로 두 지문 모두에 해당하는 특징을 한쪽만의 것으로 좁혀 놓는 방식도 쓰인다.
그래서 대조형 문항의 검증은 선지 단위가 아니라 지문 단위로 해야 한다. 선지 하나를 읽고 (가)에서 한 번, (나)에서 한 번, 각각 따로 판정한 뒤 그 결과를 합치는 순서다. 두 지문을 한꺼번에 떠올리며 “대체로 맞는 것 같다”고 판단하는 순간, 절반만 참인 선지를 거르지 못한다.
세트를 만나면 이 순서로
아래는 위 데이터에서 곧바로 검증된 학습법이 아니라, 관찰된 사실 위에서 제안하는 적용 방식이다. 실제 풀이 시간이나 정답률에 미치는 효과는 별도로 측정해야 한다.
- 지문을 읽기 전에 발문부터 훑어 본다. 4~6개 발문을 먼저 읽고 각각이 결합을 요구하는지 확인을 요구하는지 표시해 둔다.
- 대조형으로 표시한 문항만 왕복 대상으로 잡는다. 통계상 10개 중 4개꼴이다.
- 단일 근거 문항은 해당 지문 안에서 끝낸다. 근거를 못 찾겠다고 다른 지문을 뒤지기 전에, 그 지문을 다시 읽는 쪽이 빠르다.
- 〈보기〉는 해석 방향으로만 쓴다. 지문 개수를 정하는 신호로 쓰지 않는다.
- 대조형 선지는 지문별로 따로 판정한다. (가)에서 참, (나)에서 거짓이면 그 선지는 거짓이다.
복합 지문이 어려워지는 순간은 지문이 둘일 때보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둘을 오갈 때다. 다만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이 글의 데이터가 보여준 것은 문항의 정답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이지, 학생이 실제로 어디서 시간을 잃는지를 측정한 것이 아니다. 측정된 사실은 “대조가 필요한 문항은 10개 중 4개꼴”이고, 그로부터 제안하는 전략은 그 사실 위에 세운 해석이다. 둘을 섞어 읽지 않는 편이 좋다.
자주 묻는 질문
(가)(나)로 묶인 문학 지문은 모든 문제를 두 지문 대조로 풀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코그닉스랩이 2014~2026학년도 평가원 국어 기출 문학 617문항을 집계한 결과, 정답 근거에 지문 표기((가)(나)(다))가 걸린 307문항 가운데 실제로 두 개 이상의 지문을 봐야 하는 문항은 123개, 40.1%였습니다. 나머지 약 60%는 한 지문 안에서 근거가 끝납니다. 묶여 있다는 사실 자체는 ‘모든 문항이 대조형’이라는 뜻이 아니며, 세트의 모든 문제를 대조로 접근하면 실제로 대조가 필요 없는 문항에서 시간을 잃습니다.
두 지문을 다 봐야 하는 문항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발문이 요구하는 사고의 종류로 갈립니다. 코그닉스랩 집계에서 ‘정보결합’ 유형은 78.7%(75문항 중 59개)가 두 개 이상의 지문을 근거로 삼은 반면, ‘정보확인’은 12.7%(71문항 중 9개), ‘추론’은 13.5%(37문항 중 5개)에 그쳤습니다. 즉 공통점·차이점·관계를 묻는 발문이면 대조가 필요하고, 특정 구절이나 장면의 내용을 확인하거나 문맥으로 추론하는 발문이면 대개 한 지문 안에서 끝납니다.
〈보기〉가 붙은 문제는 두 지문을 다 봐야 하는 문제 아닌가요?
데이터상 관련이 없었습니다. 코그닉스랩 집계에서 〈보기〉가 함께 언급된 문항의 복수 지문 참조율은 38.2%(68문항 중 26개)로, 〈보기〉가 없는 문항의 40.6%(239문항 중 97개)와 사실상 차이가 없었습니다. 〈보기〉는 해석의 방향을 주는 장치이지 ‘지문을 몇 개 봐야 하는가’를 정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보기〉가 보인다는 이유로 세트 전체를 대조 모드로 전환하는 습관은 근거가 없습니다.
복합 지문 세트에서 시간을 아끼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지문을 읽기 전에 발문부터 훑어 각 문항이 요구하는 축을 정하세요. 공통점·차이점·관계를 묻는 문항만 대조용으로 표시하고, 나머지는 해당 지문 하나에서 근거를 찾으면 됩니다. 코그닉스랩 집계 기준으로 대조가 필요한 문항은 10개 중 4개꼴이므로, 발문을 먼저 분류하는 30초가 세트 전체의 풀이 시간을 좌우합니다.
복합 지문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은 무엇인가요?
한 지문에서만 참인 서술을 세트 전체의 성질로 넓히는 방식입니다. (가)에는 분명히 있는 특징인데 (나)에는 없는 경우, 선지가 ‘(가)와 (나) 모두’라고 묶어 제시하면 절반이 참이라 그럴듯하게 읽힙니다. 반대로 두 지문 모두에 해당하는 것을 한쪽만의 특징으로 좁히는 방식도 있습니다. 대조형 문항에서는 선지의 서술이 ‘어느 지문까지’ 해당하는지를 지문별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복합 지문은 갈래가 다른 작품끼리만 묶이나요?
아닙니다. 현대시 두 편처럼 같은 갈래끼리 묶이기도 하고, 시와 수필, 고전시가와 수필처럼 갈래가 다른 작품이 묶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작품과 비평문·해설문이 함께 제시되는 구성도 자주 나옵니다. 지문이 두세 개라는 구조 자체는 같으므로, 갈래의 조합을 외우기보다 발문이 결합을 요구하는지 확인하는 접근이 안정적입니다.
복합 지문 문제를 연습하려면 무엇으로 훈련해야 하나요?
기출 세트를 풀고 나서 문항별로 ‘이 문제의 정답 근거가 몇 번째 지문에 있었는가’를 적어 보세요. 대조가 필요했던 문항과 아니었던 문항이 갈리는 지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훈련은 지문 독해력보다 발문 해석력을 키우는 쪽에 가깝고, 세트형 문제의 체감 난도를 가장 빨리 낮춥니다.
출처 및 더 읽기
코그닉스랩 국어연구소 분석 — 2014~2026학년도 평가원(6월·9월 모평, 수능) 국어 기출 enriched 데이터셋의 문학 문항 617개 중, 정답 근거 위치에 지문 표기가 언급된 307문항을 집계했다. 근거 위치와 사고유형은 코그닉스랩의 자체 코딩 결과이며 평가원의 공식 분류가 아니다. 따라서 이 비율은 출제 설계의 경향을 읽기 위한 연구 지표로 보아야 한다. 또한 정답 근거에 지문 표기가 나타나지 않은 문항(단일 지문 세트이거나 표기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은 분모에서 제외했으며, 표본이 30문항에 못 미치는 하위 분류는 비율이 불안정해 싣지 않았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 · EBSi 기출문제 — 평가원 기출 원문 및 출제 방향
- 코그닉스랩 연구 프리프린트(EdArXiv 공개 등재) — 수능 국어 오답(distractor)을 사고유형×함정유형으로 이중 코딩해 분석한 학술 문헌(동료심사 전 공개 프리프린트, DOI 인용 가능)
- 함께 읽기: 국어 문학 시 공부법 · 국어 문학 소설 공부법 · 국어 문항 유형별 함정
이 글은 코그닉스랩 국어연구소가 문학 갈래를 데이터로 해부하는 연구 노트의 하나로, 앞서 다룬 시·소설이 ‘무엇을 묻는가’를 다뤘다면 이 글은 ‘어디를 봐야 하는가’를 다뤘다. 복합 지문에서 반복해서 시간을 잃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지문을 더 빨리 읽는 훈련이 아니라, 발문이 요구하는 범위를 먼저 확정하는 훈련이다. 국어연구소 「수능특강, 그다음」은 이 글에서 다룬 범위 확대·축소 함정을 수능형 변형 문항으로 재현해, 학생이 선지의 서술 범위를 지문별로 따로 검증하도록 설계했다.
이 글은 코그닉스랩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수능국어 (가)(나) 복합 지문 — 두 지문을 다 봐야 하는 문제는 10개 중 4개다 — 코그닉스랩